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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일월의 비 / 김용만 방으로 숨었다 인형 속 솜이 온 마당에 널렸다 무청 겨우 삶아 빨랫줄에 걸쳤더니 비가 왔다 걷었다 날은 푹했다 더워도 추워도 걱정인 십일월의 비다 ● 『기역은 가시 히읗은 황토』 김용만 , (주)창비 #김용만 #십일월의비
- 시인네 배추밭 / 김용만 시인네 배추밭 고랑은 굽고 삐딱해야 한다 밭 가상에는 항상 던질 수 있는 돌멩이를 쌓아둬야 한다 ● 『기역은 가시 히읗은 황토』 김용만, (주)창비 #김용만 #시인네배추밭
- 세상이 시끄럽다 / 김용만 나는 갈 곳이 없어 소양이 데리고 산에 갔다 산속 나무에게 다 일러바쳤다 그래도 나무는 말이 없다 조금 서운했지만 나무는 침묵도 긍정이라 생각했다 ● 『기역은 가시 히읗은 황토』 김용만 #김용만 #세상이시끄럽다
- 서점에 갔다 / 김용만 나는 서점만 가면 책이 걱정이었다 ● 『기역은 가시 히읗은 황토』 김용만, (주)창비, 2025. #김용만 #서점에갔다
- 산길 걸으며 /김용만 눈 뜨다 다시 눈 감으면 하루 젖은 잎들 뒤척일 새도 없이 산그늘 내린다 끝내 서서 죽어갈지라도 산중에 사는 일은 땅이 중심이다 하늘이 중심이다 ● 『기역은 가시 히읗은 황토』 김용만 #김용만 #산길걸으며
- 사람의 일 / 김용만 땅의 일은 수평을 이루는 것이다 사람의 일은 수평과 수직을 지키는 삶이다 쉽지만 사람들은 안 한다 나무와 땅을 괴롭힐 뿐 시멘트 매꼼히 발라버릴 뿐 ● 『기역은 가시 히읗은 황토』 김용만 #김용만 #사람의일
- 빠꾸 아재 / 김용만 봄밤 자다 깨어 어린 날 잠시 스친 나는 왜 빠꾸 아재가 그리워질까 말 한마디 없이 양지쪽에 앉아 떠도넌 수상한 소문들 움켜쥐고 이엉만 엮던 빠꾸 아재 작은아버지 댁에 새경 없이 눌러앉아 밥 얻어먹던 동학도였다던가 머리에 수건 질끈 동여맨 고아였다던가 고자였다던가 단 한번 정월보름 굿판
- 보리밥을 먹다가 / 김용만 색종이 붙이는데 힘들었다 쉽게 으깨지지 않았다 마찌꼬바 삼십년 외롭게 살았다 그래도 한눈팔지 않았다 한세상 비겁하진 않았다 몸이 좀 망가져 그렇지 ● 『기역은 가시 히읗은 황토』 김용만 #김용만 #보리밥을먹다가
- 묵정밭 3 / 김용만 그게 어머니 아버지 살았던 길이고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다 자연은 꼬부장한 게지 ● 『기역은 가시 히읗은 황토』 김용만, (주)창비, 2025.
- 묵정밭 2 / 김용만 설핏, 마당 잔디에 푸른빛이 돌고 할아버지 닭장 너머 몇그루 매화꽃이 그윽하다 늘 드나들며 바라보던 저 묵은 밭을 올해는 개간하고 싶다 할아버지께 말씀드렸더니 기왕 밭을 개간하려면 더 넓혀 이것저것 심으라 하신다 우거진 풀대만 걷어놓으면 할아버지 로터리 쳐주신단다 신이 난 나는 마른 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