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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정밭 1 / 김용만 밭두둑 만들어 강낭콩 심었더니 강낭콩 나고 서리태 심었더니 서리태 나고 안 심은 자리 안 나고 풀이 나더라 원래 밭 주인은 풀이었더라 ● 『기역은 가시 히읗은 황토』 김용만, (주)
- 못난 시인 / 김용만 내 아내는 맨날 뭐라 한다 사십이 넘어도 시집 한권 내지 못하고 남의 글이나 읽고 산다고 시인들아 우리 집에 책 보내지 마라 부부 쌈 난다 ● 『기역은 가시 히읗은 황토』 김용만,
- 뜬물 개떡 / 김용만 어머니 손끝이 얼마나 자랑스러웠던가 지나는 이웃들 불러 한입씩 나눠 물고 뜬물개떡 하나에 행복했으니 스스로 가라앉은 힘이 다시 일어서는 힘이었음을 ● 『기역은 가시 히읗은 황토』 김용만
- 똥이 힘이다 / 김용만 걷는다 똥이 힘이다 삼일 굶으니 참 먹고 싶은 것도 많다 이제 나는 뱃속에 똥 하나도 없다 배고파봐야 안다 똥 없으면 못 걷는다 똥 없으면 죽는다 ● 『기역은 가시 히읗은 황토』 김용만
- 핑 다녀오세요, 했다 / 김용만 안 갔다 나는 유럽보다 봄이 오는 우리 마을, 내 작은 집이 더 좋다 긍게 안 갔다 그래서 늦은 밤 터미널에 아내 내려주고 핑 다녀오세요, 했다 ● 『기역은 가시 히읗은 황토』 김용만
- 오늘의 일기 2 / 김용만 박카스 반나마 남아는데 마을 초입 할아버지도 또랑 건너 최씨 아재도 검침원이 사라진 줄 모른다 그래도 전기세는 꼬박꼬박 나온다 참 귀신같은 놈들이다 ● 『기역은 가시 히읗은 황토』 김용만 #김용만 #오늘의일기2
- 오늘의 일기 1 / 김용만 소양이가 냅다 짖었다 전기 검침원 다녀갔다 박카스 한병 따드렸다 다시 소양이 엎드려 코 박았다 우편물이 있는 날은 두번 짖었다 ● 『기역은 가시 히읗은 황토』 김용만, (주)창비 # 김용만 #오늘의일기1
- 어머니 없는 첫봄이다 / 김용만 로터리 치고 감자 고랑 탔다 돌 줍고 두둑 만들고 뒤돌아보니 어머니가 끌고 온 산그늘처럼 삐뚤빼뚤 눈물겹다 용만네 감자 고랑은 서투른 게 희망이다 ● 『기역은 가시 히읗은 황토』 김용만 , (주)창비 #김용만 #어머니없는첫봄이다
- 새를 기다리는 중이다 / 김용만 얇은 계간지 한권 읽어내지 못하고 내내 풀하고만 싸운다 곧 부지런한 검은등뻐꾸기가 일어날 시간이다 진하게 우러난 물 한잔 들고 새를 기다리는 중이다 ● 『기역은 가시 히읗은 황토』 김용만 #김용만 #새를기다리는중이다
- 산의 언어는 침묵이다 / 김용만 간다는 것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 뻐꾸기 잠시 울다 간 후 인적 없는 산중 적막하게 감꽃 하나 진다 산의 언어는 침묵이다 나도 오늘 한마디 말을 잃었다 ● 『기역은 가시 히읗은 황토』 김용만 #김용만 #산의언어는침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