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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난 시인 / 김용만 내 아내는 맨날 뭐라 한다 사십이 넘어도 시집 한권 내지 못하고 남의 글이나 읽고 산다고 시인들아 우리 집에 책 보내지 마라 부부 쌈 난다 ● 『기역은 가시 히읗은 황토』 김용만, (주)창비, 2025.
- ✍ 김영범 시인 <까실푸른산국> ✍ 김영범 시인
- 문성해 시인 20 문(門) / 문성해 어머니의 하문(下門)을 시작으로 내 누옥의 마지막 문은 열두어 살 적 상주군 화북면 어머니의 아재뻘 되는 집에서 밀어본 밀면 안이요 밖인 그런 문 먼바다를 내달린 바람도 펄렁 열어젖히고 밖에서 어른거리는 누군가의 맘과 문고리에 숟가락을 꽂은 내 맘도 환히 읽히는 문
- 문성해 시인 21 눈사람의 시 / 문성해 눈사람이 홀로 밤을 맞고 있다 저런 눈사람으로 골목에 나앉아 있어 본 적 있는가 세상의 집이란 집은 모두 제 가족을 끌어안고 도무지 모르는 빛으로 동그랗게 불 밝히고 내겐 더 이상 젖은 몸을 누일 집이 없고 더운 숨을 섞을 가족이 없고 이 골목과 이 밤과 이 둥그
- 문성해 시인 22 죽은 새를 본 아침 / 문성해 눈 위로 깃털 하나가 가만히 떨어져 내린다 올려다보니 나무 위에서 까치가 죽은 새를 정신없이 파먹고 있다 피 한 방울 떨어지지 않는다 깃털들은 홀가분히 뿔뿔이 흩어지고 날아가고 꾸들 꾸들 서럽고 부끄러운 살을 새카만 까치가 살뜰히 제 몸 속에 다 감춰 준다
- 문성해 시인 23 과일 파는 사람을 위한 랩소디 / 문성해 과일 파는 사람은 순해 단단한 철제 공구를 파는 사람보다는 순해 만지면 무를까 흘러내릴까 쪼그리고 앉아 과일 쌓는 사람은 순해 둥근 향기 속에서 어느 새 붉은 피는 달콤해지고 울퉁불퉁한 기침도 잠잠해지게 되겠지 끈적한 여름의 골목에서 헐고 무른
- 위선환 시인 <새의 길> 해설 - 나민애 시인 [시의 무늬] _위선환 위선환 시인, 해설 - 나민애 시인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2021.11.13, 동아일보 ) 새는 우리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 문성해 시인 24 불 끄고 쓰는 시 / 문성해 불끄고 쓰는 시는 나를 억지로 끌고 가는 어깨가 없어라 문밖에서 감시하는 시계 소리도 없어라 심증만 있어라 노래만 있어라 밤이 주는 시구는 어둠처럼 잘 번지기도 하여라 이불처럼 잘 포개지기도 하여라 그건 네모난 방과 동그란 보일러 소리를 벗어난 펄펄 끓는 밤
- 문성해 시인 25 첫사랑 / 문성해 마당에서 비눗물 장난을 하고 있었다 그 애의 퉁퉁 분 손이 자꾸만 미끄러졌다 점심 전이었고 삼촌 방에선 정오를 알리는 라디오 소리가 흘러나오고 담장 밖 돼지우리에선 산달을 앞둔 커다란 몸이 뒤척이는 소리 아무래도 흘러나오는 것들이 유독 많았던 그날 내 몸에서 비릿한 초
- 문성해 시인 26 공원의 왕 / 문성해 한 사람이 공원 벤치 위에 앉아 있다는 건 그에게도 귀속할 세계가 생겼다는 거 그의 발치 아래 모여드는 비둘기들이 있다는 거 그의 정수리 위로 뾰족한 주둥이를 들이대는 별과 그의 그림자로 섞이는 그늘이 생겼다는 거 이 소읍 한 사람이 오래된 공원 벤치에 앉아 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