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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이 / 허수경 오이 / 허수경 어라, 아직 여름길은 제대로 나지 않았는데 오이넝쿨의 손은 하늘을 더듬더라 그때 노란 꽃이 후두둑 피기 시작하더라 아직 여름길은 나지 않았는데 바다로 산책나간 새들은 꽃은 지고 오이 멍울이 화반에서 돋아나더라 여름길이 열리고 그 노란 꽃 가녘에 흰나비는 스르르 속옷을 열더니 쪼그리고 앉더라 먼 사랑처럼 기어이 휘어지면서 오이가 열리든 말든 - 허수경
- 입술 - 허수경 입술 - 허수경 너의 입술이 나에게로 왔다 너는 세기말이라고, 했다 나의 입술이 네 볼 언저리를 지나갔다 나는 세기초라고, 했다 그때 우리의 입김이 우리를 흐렸다 너의 입술이 내 눈썹을
- 입술 - 허수경 입술 - 허수경 너의 입술이 나에게로 왔다 너는 세기말이라고, 했다 나의 입술이 네 볼 언저리를 지나갔다 나는 세기초라고, 했다 그때 우리의 입김이 우리를 흐렸다 너의 입술이 내 눈썹을
- 태양약국, 허수경 ai에게 70~80년대 약국 이미지를 보여줘 했다 태양약국 우리 마을버스 정거장 앞에는 태양약국이 있더이다 붕 대 사러 연고 사러 감기약에다가 모든 계절의 통증을 치유 할 약들을 사려고 그곳에 들렀더이다 왜 하필이면 약국 이름이 태양인지 모르겠소 약사 얼굴도 기억나지 않소 다만 태양이
- 허수경 너를 사라지게 하고 나를 사라지게 하고 둘이 없어진 그 자리에 하나가 된 것도 아닌 그 자리에 이상한 존재가 있다, 서로의 물이 되어 서로를 건너가다가 천천히 가라앉는다 종이배처럼 허수경
- 태양약국 / 허수경 태양약국 / 허수경 (1964~2018) 우리 마을버스 정거장 앞에는 태양약국이 있더이다 붕대 사러 연고 사러 감기약에다가 모든 계절의 통증을 치유할 약들을 사려고 그곳에 들렀더이다
- 허수경-수수께끼 허수경-수수께끼 극장을 나와 우리는 밥집으로 갔네 고개를 숙이고 메이는 목으로 밥을 넘겼네 밥집을 나와 우리는 걸었네 서점은 다 문을 닫았고 맥줏집은 사람들로 가득해서 들어갈 수 없었네
- 허수경 시인의 시 '듣는 책' 듣는 책 / 허수경 살아 있는 동안의 기록 읽히지 않고 들릴 때도 있다 한 장 한 장 오래오래 시간이 안쓰럽게 우리를 번역하고 있었다 비 오기 직전 구름 같은 우리의 마음을 마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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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 시인의 시 '듣는 책'
듣는 책 / 허수경 살아 있는 동안의 기록 읽히지 않고 들릴 때도 있다 한 장 한 장 오래오래 시간이 안쓰럽게 우리를 번역하고 있었다 비 오기 직전 구름 같은 우리의 마음을 마음의
- 달내음-허수경 밤하늘 언덕에 풀을 몰고 다니던 염소들 휘파람을 불며 연애편지를 쓰던 동네 오라버니들 평상을 펴고 누워 부채를 부치던 노친네들 멀리멀리까지 끓어 넘치던 호박 넣은 수제비 국물이 놓인 화덕 매일매일 우물로 걸레를 빨러 나오던 노망난 할망구 소를 우리는 냄새가 진득하던 마을 입구에 복숭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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